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5.
《작은 마을》
후지타 신사쿠 글·그림/김보나 옮김, 미래M&B, 2021.11.30.
이튿날 길을 나서기 앞서 집안일을 추스른다. 해날(일요일)이라 우체국에 갈 일은 없고, 면소재지 가게에 들러 얼음까까를 장만한다. 자전거로 천천히 들길을 달린다. 찬바람을 시원하게 먹는다. 겨울은 온몸이 찌릿찌릿 얼어붙는 맛으로 자전거를 몬다. 여름은 온몸이 후끈후끈 타오르는 맛으로 자전거를 몰지. 사람은 이 추위를 된통 누리고 싶어서 겨울잠을 안 자는구나 싶다. 바람·구름·노을을 아침·낮·저녁으로 맞이한다. 그림책 《작은 마을》을 차분히 읽어 본다. 냇물이 넓게 감싸는 작은 마을 아이들이 스스로 새롭게 놀면서 맞이하는 하루를 천천히 들려준다. 집은 조촐하면 된다. 마을은 작으면 넉넉하다. 나라도 커야 할 까닭이 없다. 따지고 보면,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있을 까닭이 없다. 그들은 왜 있어야 하는가? 저마다 조촐히 살림을 지으면서 하루를 즐겁고 아름다이 짓는 길에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는 군더더기일 뿐이다. 호미를 이따금 쥐는 손길을 타고서 나무가 푸르다. 호미조차 내려놓는 맨손을 받고서 숲이 깊다. 아름나라로 나아갈 하루라고 생각한다. 기쁨누리로 날아오를 오늘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배움터에 얽매이는 하루가 아닌, 저마다 들숲바다에서 뛰놀다가 어버이 품에서 이야기를 듣는 오늘로 나아가기를.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