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5 누구나 한다
어느 일이건 누구나 합니다. 아무 일이라면 아무나 할 테고요.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아이를 낳아서 돌보거나 이웃 아이를 알뜰히 보살핍니다. 글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뿐 아니라 즐겁게 써요. 책으로 마음을 살찌우는 길을 틔운 사람은, 이웃이 쓴 책을 손에 쥐면서 눈빛을 밝힙니다. 푸르게 우거지는 숲이 이 별을 아우르는 숨결을 읽는 사람이라면 풀꽃나무를 포근히 어루만지면서 스스로 푸르게 노래합니다. 마침종이(졸업장)가 있기에 글을 쓰거나 낱말책을 엮지 않습니다. 솜씨종이(자격증)를 땄기에 길잡이(교사) 노릇을 하거나 어버이가 되지 않습니다. 마음이 있어 생각을 짓는 누구나 합니다. 말 한 마디에 온사랑을 담아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즐겁게 생각씨앗 한 줌을 나누려는 마음이 있기에 누구나 합니다. 모든 ‘일’은 ‘누구나’ 합니다. 모든 ‘심부름’은 ‘아무나’ 합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처음으로 깨어나 흐르는 몸짓이기에 ‘일(일다·일어나다)’이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남이 시키는 대로 가는 몸짓이기에 ‘심부름(시킴·싣다)’입니다. 아직 서툴어 누가 시키는 틀을 따를 수 있습니다만, 좀 모자라거나 어설프더라도 스스로 생각해서 하면 다 다르게 빛나며 즐거운 낱말꾸러미가 태어납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