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28.


《탱자》

 박미경 엮음, 봄날의책, 2021.11.10.



달날(월요일)을 기다린다. 지난 쇠날(금요일)에 꽃종이를 다 부치지 않았다. 글자루(봉투)에 손으로 사는곳(주소)을 적는 터라 한 시간 넘게 글씨를 쓰노라면 좀 쉬어야 한다. 글씨를 쓰고서 꽃종이를 담고, 붙임띠를 두르고서 등짐에 담아 자전거로 나르니 꽤 품이 든다. 두 아이가 아기였을 적에는 꽃종이를 부칠 적에 으레 이레를 썼다. 집안일에 아이돌봄에 이모저모 하는 틈에 했으니. 어느덧 두 아이가 거들어 주니 하루이틀에 일을 마무리한다. 《탱자》는 여러 글님이 이녁 삶자리에서 지핀 하루를 차분히 옮긴 글을 모았다. 겉차림으로도 느낄 만한테, 정갈히 추스르는 글꾸러미라 할 만하다. 다만 여러 글을 읽는 내내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 샘솟았다. ‘삶을 담은 글’이기는 하되 ‘살림을 담은 글’이나 ‘사랑을 담은 글’하고는 꽤 멀지 싶다. 부엌일을 마치고서 숨을 돌리는 쪽틈에, 아이를 돌보고 사랑하는 하루를 지으면서 숨을 고르는 쪽짬에 글 한 줄을 적는다고 한다면 ‘탱자’를 놓고 사뭇 다르게 이야기꽃을 피울 만하다고 본다. 내로라하는 글바치는 “글을 잘 쓴”다. 이제 “글 잘 쓰는 사람”은 많다. 앞으로는 “삶자락에 살림하는 손길과 사랑하는 눈빛으로 숲·시골을 품고 아이랑 어깨동무하는 길”로 가야지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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