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르 인생관
슬로보트 지음, 김성라 그림 / 어떤우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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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2021.12.4.


책집지기를 읽다

1 인천 〈북극서점〉과 《고르고르 인생관》



  인천 부평에 마을책집 〈북극서점〉이 열었다는 이야기는 2017년부터 들었고, 네 해가 지난 2021년에 비로소 찾아갔습니다. 2016년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매듭지어서 내놓은 뒤, 이듬해인 2017년에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하고 《읽는 우리말 사전》을 함께 여미느라 하루를 쪼개어도 모자라면서 책집마실을 좀처럼 못 했습니다. 그러나 낱말책 여미는 일보다 두 아이하고 시골살이를 짓고 누리는 데에 마음을 기울이느라 되도록 바깥마실을 삼갔어요. 몸이 뻐근하더라도 하루치기나 하룻밤만 머물고 바로 시골집으로 돌아오려고 용쓰던 나날이었습니다.


  작은아이가 열 살을 넘어설 무렵 두 아이는 아버지더러 “바쁘게 다니지 마셔요. 힘들지 않게 일을 보고 오셔요.” 하고 들려줍니다. 두 아이는 아버지가 집을 비울 적에 손수 밥을 지어서 차리고, 빨래도 손수 하고, 쓸고 닦고 치우는 일도 손수 합니다. 작은아이가 살림돌이로 빛나기까지 저도 나란히 살림돌이에 집돌이로 살아왔어요.


  마을책집 〈북극서점〉 지기님은 2021년 가을에 《고르고르 인생관》을 선보입니다. ‘슬로보트’ 글에 ‘김성라’ 그림으로 함께 엮습니다. 책집지기라는 길을 걷기 앞서 살아온 나날을 가만히 돌아보고, 왜 책집지기라는 길에 들어섰는가를 밝히고, 앞으로 어떤 하루를 지을 생각인지를 헤아리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책집지기가 손수 쓴 책은 언제 처음 나왔을까요? 아마 1987년 서울 〈통문관〉 이겸노 님이 낸 《통문관 책방 비화》가 처음일 만하고, 1991년에 서울 〈공씨책방〉 공진석 님이 숨을 거둔 뒤에 나온 《옛책, 그 언저리에서》가 둘째이지 싶습니다만, 조용히 나온 책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책집지기는 지은님하고 읽는님을 읽는 사잇님입니다. 사이에 징검다리로 살림을 짓는 마음을 차곡차곡 여미어 새삼스레 책으로 묶는다면, 우리 삶자락 한켠을 따끈따끈히 밝힐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르고르 노래하는 하루를 2021년에 갈무리하셨다면, 앞으로 다섯 해나 열 해 뒤에, 또는 두세 해 뒤에, 아니면 이듬해에 곧장, 새노래를 들려주실 수 있겠지요? 돌다리를 두들기고서 건너라는 옛말이 있다면, 저는 징검다리를 사뿐히 디디며 춤추겠노라는 새말을 지으려 합니다.


《고르고르 인생관》(슬로보트 글·김성라 그림, 어떤우주, 2021.11.20.)


백수가 된 첫날. 아침, 출근하지 않아도 되다니,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모두 내 것이라니! 해야만 하는 것도, 되어야 하는 것도 없다. 하루하루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안정’과는 멀어졌지만, 마음은 더 단단해졌다. 먼 나라로 여행도 하고 음반도 만들고, 가장 두근거리는 일은 조그만 서점을 연 것. (28쪽)


저는 다시 한 번 고양이로 태어났어요. 조금은 호들갑스러웠던 이 사람의 집으로. 고양이는 언제나 멋지죠. 무엇보다 함께했던 내내 행복했거든요. (114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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