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25.


《아버지의 연장 가방》

 문수 글·그림, 키위북스, 2021.11.5.



조용히 집일이며 글일을 잇고 싶으나, 자꾸 읍내를 다녀와야 한다. 법무사한테 찾아가느라, 우체국을 들르고 읍사무소를 거치느라, 걷고 또 걷고 자꾸 걷는다. 이곳이든 저곳이든 벼슬집(관청)은 허울이 가득하다. 아무래도 ‘벼슬’이라서, 닭처럼 겉멋으로 자랑하려 들지 싶다. 왜 크게 드러내려 할까? 왜 점잖은 척 차려입고서 거들먹일까? 아이들 곁밥을 장만하고서 또 걷고 걸어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도 밤에 별을 보고서 누웠다. 《아버지의 연장 가방》을 조금씩 읽었다. 아버지하고 제대로 말을 섞은 적이 없다는 삶을 되새기면서 ‘아버지란 사람이 일을 하며 걸어온 나날’을 곰곰이 생각했고, 이 생각을 그림으로 옮겼다고 한다. 반갑다. 이제는 먼먼 곳이 아니라, 보금자리를 볼 노릇이다. 글감도 그림감도 빛꽃감(사진감)도 언제나 우리 보금자리에 있다. 더 들여다보고, 더 기다리고, 더 생각하고, 이리하여 더더 사랑하면서 어느덧 푸르고 곱게 녹아든 손빛으로 차근차근 옮기면 된다. 말없이 일만 하던 아버지라는 자리는 왜 말이 없었을까? 앞으로는 아버지도 일돌이도 수다쟁이가 되기를 빈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속살속살 소근소근 같이 일하고 같이 떠들고 같이 놀고 같이 쉬면서 같이 삶을 짓는 새길을 열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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