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71 눈길



  우리는 늘 ‘눈길(관점)’을 읽는구나 싶습니다. ‘우리 눈’으로 ‘이웃 눈’을 읽고, ‘이 눈’으로 ‘하늘과 바람과 땅과 비와 흙과 풀꽃나무와 숲과 바다가 흐르는 눈’을 읽는구나 싶어요. 우리 눈으로 이웃 눈을 읽기 마련이라, 글이든 책이든 ‘글쓴이·책쓴이 눈길·눈썰미·눈빛’이 흐르지 않는다면 어쩐지 밍밍하거나 밋밋하다고 느끼지 싶어요. 또는 눈속임이나 눈가림을 한다고 느낄 테고, 뭔가 거짓말을 하거나 겉치레로 고물을 챙기려는 셈속이 있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글 한 줄을 쓰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우리 눈빛을 밝히거나 드러내지 않는다면, 우리부터 뭔가 스스로 감추거나 숨기려는 뜻이라고 느껴요. 반가우니 반갑다고 말하고, 아름다우니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아직 속낯까지 못 들여다본 눈길이더라도, 우리가 때때로 겉낯에 휩쓸려 엉성하거나 엉터리로 바라보았더라도, 오늘 이곳에서 우리 눈망울을 스스럼없이 밝히고 나누기에 참을 깨닫고 거짓을 알아채면서 우리 속마음을 즐겁고 슬기로이 가꿀 만하지 싶습니다. 옳고 그름을 가릴 글이나 책이 아닌, 눈빛을 나누고 눈길을 헤아리면서 눈결을 가꾸려는 마음으로 마주하는 글 한 줄이요 책 한 자락이지 싶습니다. 이웃 눈길을 읽는 사이 우리 눈길이 자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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