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1.11.28.

헌책집 언저리 : 책집 앞길



  마을책집을 처음 빛꽃으로 담을 적에 이 말 저 말 들려주는 어르신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찍으라고도 하고, 저렇게 찍으라고도 하셨어요. “네, 그렇군요.” 하면서 이 여러 어르신이 들려주는 말씀대로는 아예 안 찍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눈길로는 그 어르신이 손수 찍으면 되거든요. 도움말(훈수)이 싫지 않아요. 그저 여러 어르신은 제가 왜 마을책집을 빛꽃으로 담으려고 책값을 아껴 가면서 필름을 장만하고, 또 종이로 빛꽃을 뽑아서 책집지기님한테 꼬박꼬박 드리는가를 알아차리지 못할 뿐입니다. ‘사진작가’가 될 마음이 없이, ‘사진으로 돈이나 이름을 벌’ 생각이 없이, ‘멋있는 사진을 선보일’ 뜻이 없이, 마을이 이렇게 아름답게 책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찰칵찰칵 눌렀습니다. 언제나 어느 책집을 찾아가든, 먼저 아주 먼 곳부터 찰칵 담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를 테지만 저는 깨알만큼 작은 책집 알림판을 알아보고서 ‘깨알만큼 작은 글씨’를 담습니다. 이러면서 몇 발짝씩 다가가며 새로 담고, 책집 앞에서 반듯하게 마주보며 찍고, 책집을 지나쳐 옆길로 들어서서 찍습니다. 책집 둘레에서 찰칵이를 들고 움직이면 “뭐 대단한 거라도 있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분이 많습니다. 네, 저한테는 대단하지요. 바로 여기에 책집이 있거든요. 어느 모로 본다면 “오늘은 그냥 지나치시지만, 이다음에는 이 책집을 알아보고 나들이를 해보시라는 마음”으로 책집 곁에서 앞길 모습을 느릿느릿 찍었다고도 하겠습니다.


ㅅㄴㄹ


사진 : 서울 삼우서적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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