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1.27.
숨은책 581
《국민학교 국민교육 헌장 풀이 5·6학년》
문교부 엮음
동아교과서주식회사
1970.6.1.
어린배움터를 다닐 적에 배움칸마다 ‘나라지기(대통령) 얼굴·태극기·배움터 어른(교장) 얼굴’을 칠판 위쪽에 나란히 붙였습니다. 나라지기가 인천에 온다고 하면 어린이는 경인고속도로 앞으로 나가 우르르 줄을 서서 한나절(4시간)을 태극기를 흔들며 기다렸어요. 날마다 길잡이(교사)는 아무나 몇씩 찍어서 ‘애국가 외우기·국민교육헌장 외우기’를 시키고, 한 마디라도 어긋나거나 더듬으면 바로 뺨을 갈기고 골마루에 나가서 한 시간 동안 손을 듭니다. 박정희 때가 아닌, 전두환 때 이야기입니다. 2021년 11월 23일에 전두환이란 할배가 저승길로 갔습니다. 광주를 총칼로 짓밟은 막놈으로만 떠올리는 분이 많으나, 그이가 나라지기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어린이·푸름이는 언제나 숨죽이고 억눌리고 얻어맞고 막말을 들으면서 시름에 잠겼습니다. 그 할배는 광주뿐 아니라 온나라 사람한테, 누구보다 어린이·푸름이한테 엎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무렵 어린이·푸름이를 때리고 괴롭히고 막말을 일삼고 짓누른 숱한 어른도 나란히 엎드릴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두머리 한 놈만 있는 총칼나라가 아닌, 밥그릇을 챙기려고 빌붙는 어른이 수두룩합니다. 《국민학교 국민교육 헌장 풀이 5·6학년》을 들추며 새삼스레 서글픕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