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21.


《섬 위의 주먹》

 엘리즈 퐁트나유 글·비올레타 로피즈 그림/정원정·박서영 옮김, 오후의소묘, 2019.4.29.



달걀을 장만하러 읍내에 간다. 달걀은 우리도 먹으나, 마을고양이한테 이따금 한 알을 준다. 사냥을 못해 좀 굶었구나 싶을 적에 주고, 기운을 내어 사냥을 하라고 속삭인다. 큰고장이라면 사냥하기가 어려울는지 모르나, 시골에는 고양씨한테 사냥감이 아직 많다. 사람도 고양씨도 스스로 살아갈 만한 터전이 시골이라고 느낀다. 읍내마실을 하며 돌아올 적에 택시를 부를까 했는데 오늘 따라 다들 쉬네. 이웃마을까지 시골버스를 타고 온다. 들길을 쉬엄쉬엄 걷다가 쉬다가 걷다가 집에 닿는다. 새롭게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든다. 들길을 걸었기에 놀라운 구름춤을 만났다. 《섬 위의 주먹》은 손발이 흙빛이 되어 흙내음이 나는 할아버지가 아이한테 물려주는 이야기씨앗을 들려준다. 배움터 길턱을 디딘 적이 없고, 책을 읽은 적이 없으나, 할아버지는 무엇이든 손으로 지을 줄 알았다지. 이제 온누리 아이들은 배움터를 다니고 책을 숱하게 읽는데, 이 아이들은 무엇을 할 줄 알까? 배움터를 열두 해뿐 아니라 열여섯∼스무 해씩 다닌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알까? 배움터를 오래 다닐수록, 또 책을 많이 읽을수록, 스스로 할 줄 아는 길이 없을 뿐 아니라, 삶을 읽는 슬기나 눈빛까지 뿌옇게 빛이 바래지는 않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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