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18.


《고르고르 인생관》

 슬로보트 글·김성라 그림, 어떤우주, 2021.11.20.



뒤꼍이 왁자지껄하다면 물까치가 내려앉았다는 뜻. 몇이나 우리 뒤꼍에서 노는가 하고 세니 서른쯤. 손바닥만 한 땅뙈기에 몇 그루 나무이지만 너희한테는 느긋하며 즐거운 곳이니? 바람이 자고, 늦가을볕이 포근하고, 일찌감치 해가 기울고, 별은 쏟아지고, 하루하루 느슨하다. 날마다 맡은 일을 다스리고, 하루하루 밥을 지어 차리고 치우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등허리를 펴면서 자리에 모로 누워 책을 넘기고. 《고르고르 인생관》을 느릿느릿 읽었다. 스스로 마음을 읽고 스스로 몸을 돌보고 스스로 하루를 생각하며 스스로 기운을 내어 걸어가기에 우리는 저마다 즐거울 만하다고 본다. 눈을 들어 바깥을 보면 새해에 뽑을 나라지기 이야기가 어수선하다. 나라지기는 심부름꾼인데, 이 대목을 잊는 분이 많다. 여태 나라지기를 한 분도 똑같고, 여느 벼슬아치(공무원)도 매한가지이다. ‘내가 자리를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내세우는 분치고 심부름을 하려는 이는 안 보이더라. 늦가을에 돋는 들꽃을 본다. 멧노랑(산국)은 이맘때 조용히 빛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들꽃이자 물방울로 이 별에서 어우러지며 산다. 어느 자리이건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없다. 집에서 밥을 지어도, 들에서 밭을 지어도, 서울에서 책을 지어도 모두 같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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