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13.


《검은 무엇》

 레자 달반드 글·그림/김시형 옮김, 분홍고래, 2020.6.10.



파란하늘이 깊고 넓다. 파란하늘을 가만히 보면 배고플 틈이 없다. 배고플 일이 없다. 곰곰이 먼먼 옛날하고 오늘날을 돌아보면, 누구나 논밭이 드넓을 까닭이 없다. 조그마한 집에 조그마한 밭뙈기에 조그마한 숲에 조그마한 샘물에 조그마한 아이들하고 오순도순 지내면 넉넉히 즐겁다. 즐거이 꾸리는 삶에는 돈이 쓸모없다. 나라(정부)는 이 대목을 꿰뚫고서 사람들을 살살 꾀었다. 돈이 있으면 배부를 만하다고 꼬드겨서 손수짓기(자급자족) 하던 사람들을 수렁에 가두었다. 서울 잿빛집(아파트)가 허벌나게 비싼데, 그 비싼값을 치르느라 삶을 잊어야 하는 서울이웃이 많다. 서울뿐인가. 부산도 대구도 인천도 집값은 미쳤다. 전주뿐 아니라 고흥 시골조차 읍내에 새로 때려짓는 잿빛집이 3억이 넘는다. 제 땅을 누리는 길이 아닌, 보금자리를 돌보는 살림하고 동떨어진, 미친길을 나라가 앞장서서 북돋운다. 《검은 무엇》을 조용히 읽었다. 숲에 문득 찾아온 ‘검은 무엇’은 숲을 새롭게 살리는 밑싹이 될 테지. 작은아이하고 하늘바라기를 하다가 매 둘이 동글춤을 짓는 모습을 보았다. 상주 이웃님이 찾아오셔서 유자를 한 꾸러미 따서 드렸다. 손에 유자내음이 밴다. ‘우리말 길잡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글을 새로 쓰기로 한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