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1.11.15.
헌책집 언저리 : 왁자지껄
1990년대 한복판에 복사집이 널리 퍼지면서 마을책집이 줄줄이 닫았습니다. 이윽고 피시통신·인터넷이 뿌리내리며 마을책집은 새삼스레 못 버티고, 2000년으로 접어들면서 〈아름다운 가게〉가 큰주먹을 날리고, 2010년을 넘어서자 〈알라딘 중고샵〉은 막주먹을 퍼부었습니다. 이동안 마을책집지기는 “자네가 오늘 처음 온 손님이오.” 하는 말을 으레 들려주었습니다. 이 말씀이 아니더라도 책집에서 서너 시간을 머물며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책손을 아무도 못 보기 일쑤였습니다. 왁자지껄하게 떠들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책 한 자락에서 이야기를 얻고 누리던 발걸음은 어디로 갔을까요. 가만히 보면 ‘마을책집이 해마다 1000곳씩 사라지던 그때’에 나돌던 적잖은 책은 꽤 겉멋스러웠습니다. 마을을 품은 이야기를 다룬 책은 그때까지 매우 적었습니다. ‘누구나 쓰는 글’이 아닌 ‘등단을 하거나 교수쯤 이름이 있는 사람이 아닌 글’은 책이 되기 어렵던, 아니 책으로 받아들이지 않던 무렵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새롭게 태어나는 마을책집은 마을을 품은 이야기를 다루는 책을 책시렁에 차츰차츰 널찍하게 들여놓습니다. 굳이 국립중앙도서관 막대기(바코드)를 얻어야 책이지 않습니다. ‘누구나 쓰는 삶글’은 저마다 새롭게 빛나는 즐거운 책입니다. 이제는 겉멋이 아닌 속사랑으로 ‘참나(참다운 나)’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스스로 조촐히 여미는, 바야흐로 새롭게 왁자지껄한 마을수다를 이루는 책길로 나아가는 언저리라고 느껴요. 서울 숭인동에서 오래도록 마을책집 살림을 잇던 〈우리글방〉은 숭인동을 통째로 들어내어 잿빛집(아파트)을 세운다는 말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히 가게를 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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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우리글방-숭인동.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