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1.12.
숨은책 570
《大思想 エンサイクロペチア 13 社會學》
神田豊穗 글
春秋社
1928.5.20.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책은, 일본이 우리나라로 쳐들어온 뒤에 세운 책숲(도서관)·배움터(학교)에 조선총독부가 넣은 책, 일본사람 스스로 일본에서 가져와 읽던 책, 우리나라에 연 일본책집에서 사고판 책, 한겨레 스스로 배움길을 걸으며 장만한 책, 이렇게 네 가지예요. 1928년에 처음 나온 《大思想 エンサイクロペチア 13 社會學》은 ‘비매품’입니다. ‘안 파는 책’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앞자락에 ‘문리과대학 八九.二.六.’이란 글씨가 남아요. 이 글씨는 ‘서울대 1956.2.6.’으로 읽어냅니다. 서울대를 다닌 어느 분이 이날 장만했다는 자국인데, 이 책에는 ‘徽文高等普通學校圖書館’하고 ‘徽文圖書館’ 글씨가 붉게 찍혔어요. 1906년에 휘문의숙이 열고, 1918년에 휘문고등보통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1938년에 휘문중학교로, 1951년에 휘문중·휘문고로 나눈다고 합니다. 1918∼1938년 사이에 이 배움책숲(학교도서관)이 품은 책이란 뜻이요, 조선총독부나 일본사람이 준 책이거나, 휘문배움터 스스로 얻은 책일 테지요. 1945년이나 1956년 사이에 버렸지 싶어요. 한글책이 늘며 일본책을 치웠겠지요. 헌책집에 깃들었을 이 책을 알아본 분이 있고, 그분은 다시 저승길을 가며 새삼스레 헌책집에 나왔고, 제 손에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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