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5.


《왜 좋은 걸까?》

 기쿠치 치키 글·그림/김보나 옮김, 천개의바람, 2021.7.30.



서울 신림동에서 하룻밤 묵는데, 밤새 길거리 술수다가 흘러넘쳤다. 거나한 사내랑 가시내가 우글우글하네. 술수다가 끝날 즈음인 새벽 다섯 시에는 옆에서 뚝딱질. 뭔 집을 새로 올리는 듯한데 일찍부터 시끄럽구나. 나야 하룻밤 묵고 떠난다지만, 마을사람은 뭔 잘못? 아침해를 쬐면서 〈책이당〉으로 걸어간다. 버스를 타고 장승배기 〈문화서점〉에 찾아간다. 여러 해 만이다. 헌책집지기 할아버지는 잘 계시는구나. 이제 〈메종인디아〉로 건너간다. 서초동 마을길을 이웃님하고 함께 걷고서 서리풀쉼터에 올랐고, 짐칸(컨테이너박스)으로 꾸민 서초그림책도서관까지 들렀다. 서울일을 다 마친 저녁에 길손집을 찾아 헤매며 한참 걸었다. 오늘은 내내 걷는구나. 그런데 방배동 길손집은 어제 묵은 신림동 길손집보다 허술하다. 허허 웃었다. 《왜 좋은 걸까?》를 가만히 되읽는다. 사흘 앞서 장만하고서 내내 들고 다닌다. 고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서울에서 맴도니 그제·어제·오늘 산 책은 모두 등짐인 셈. 이렇게 걸어다니면서 왜 좋을까? 아니, 난 좋다고 여기지 않는다. 좋고 나쁨이 없이 걷는다. 그러면 즐거움일까? 굳이 따지면 즐거움일 테고, 철마다 마을마다 흐르는 빛살을 누리는 고마움이라고도 하겠다. 이제 책을 덮는다. 꿈으로 가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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