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1.8.

숨은책 564


《국어 4-1》

 문교부 엮음

 국정교과서주식회사

 1984.3.1.



  어릴 적에 ‘우리말’이 아닌 ‘국어’를 배웠습니다. 우리말이란 뭘까요? “스스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빛내도록 북돋우는 가장 쉽고 즐거운 살림말로, 이곳에서는 누구나 ‘우리’라는 마음으로 쓰는 말”이라고 해야 어울리지 않을까요? “한 나라의 국민이 쓰는 말”이라고 못박는 국립국어원 풀이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총칼로 짓밟으면서 ‘國語 = 日本語’란 이름으로 가르치던 틀 그대로이지 싶어요. 어린배움터를 다니며 쓰던 《국어 4-1》 같은 배움책(교과서)은 여섯 달마다 배움터에 도로 내야 했습니다. 이 배움책은 나중에 헌책집에서 새삼스레 만났습니다. 요즈음 배움책하고 대면 투박한데, 되도록 쉽게 적으려 한 티가 나되, ‘국민교육헌장’하고 ‘무궁화’를 맨앞에 넣는 얼개처럼 ‘나라사랑’을 힘주어 밝혀요. 이제 와 돌아보면 지난날 나라에서 내세운 ‘나라사랑’은 ‘사랑’이 아닌 ‘따라지·허수아비’가 되도록 길들인 굴레입니다. 허울만 ‘사랑’이라 붙인들 사랑이 되지 않아요. 그런데 온나라 어린이는 이름조차 ‘우리말’이 아닌 ‘국어’를 예나 이제나 그대로 배우는 쳇바퀴입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는 언제쯤 ‘국어’ 아닌 ‘우리말’을 신나게 노래하면서 배우고 나누며 뛰놀 수 있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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