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1.8.

숨은책 567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바스콘셀로스 글

 편집부 엮음

 글수레

 1988.4.30.



  이제는 지난날처럼 이웃나라 책을 몰래 펴내는 일이 확 줄었습니다만, 지난날에는 이웃나라 책을 제대로 밝히거나 옮기지 않기 일쑤였습니다. 이웃나라 글님은 이녁 책이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줄 모르기도 하고, 글삯을 못 받곤 했어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온갖 곳에서 갖은 판으로 몰래 내놓던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글님은 이런 줄 까맣게 몰랐을 테지요. “편집부 엮음”이나 “편집부 옮김”은 하나같이 몰래 옮기거나 베낀 판이었습니다. 1988년에 ‘글수레’에서 펴낸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글(줄거리)뿐 아니라 겉그림(표지)까지 훔칩니다. 이 책 겉에는 파란 웃옷에 빨간 바지를 입은 노란머리 아이가 나오는데, 팻 허친스 님이 1971년에 선보인 《TITCH》 그림입니다. 그림책 《TITCH》는 1997년에 비로소 우리말로 나옵니다. 그런데 1988년에 이 그림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즈음 《TITCH》 그림책을 슬쩍 펴낸 곳이 있거나, 그림이 이쁘다면서 슬쩍 훔쳐서 쓴 곳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아름다운 글이나 그림이라면 아름답게 일하는 손으로 옮기거나 엮을 뿐 아니라, 글님·그림님한테 일삯을 아름답게 건네야지 싶어요. 지은이 땀방울을 모르는 척하면서 “좋은책이라 널리 읽히려고 했다”고 핑계를 댈 수 없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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