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1.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
최광진 글, 미술문화, 2016.6.20.
전주에서 연 새벽을 돌아보면서 버스나루로 간다. 서울에 대면 부릉이가 적다만, 멧새나 풀벌레가 들려주는 노래는 좀처럼 찾지 못한다. 전주에서 살며 새노래나 풀노래를 바란다거나 그리거나 귀기울이는 사람은 몇쯤 될까? 서울에서 일하며 새노래나 풀벌레를 품거나 사랑하거나 돌보려는 사람은 얼마쯤 있을까? 서울 강서로 가서 하루일을 본다. 해질녘에 전철을 타다가 깜빡 잠들어 서울 강남에서 내린다. 어마어마한 사람물결에 휩쓸려 오도가도 못하다가 겨우 길손집을 찾아갔다. 잠삯(숙박비)이 꽤 나갔지만, 등허리가 결려 얼른 짐을 풀고픈 생각뿐.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을 새벽부터 읽었다. 길손집에서 한참 곯아떨어지고서야 기운을 차린다. 부스스 일어나 다시 편다. 어디에도 별빛·풀노래·새노래가 없으나 틀림없이 고요히 숨죽이면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고 느낀다. 그림지기 천경자 님 삶길을 꽃글(동화)로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천경자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꽃글’이 아닌 ‘그림순이가 시골순이에 꽃순이란 눈빛으로 그림을 사랑하는 길을 담은 꽃글’을 쓰려고 한다. 누가 나를 ‘작가님’이란 이름으로 부를 적보다 ‘글돌이’나 ‘글님’으로 부르면 반갑다. ‘숲돌이’나 ‘숲님’으로 부르면 더없이 사랑스럽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