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31.


《나의 프리다》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9.2.2.



아침에 새로 길을 나선다. 이튿날 낮에 서울에서 만날 분이 있다. 미리 전주까지 가려 한다. 순천을 거쳐 기차를 탄다. 전주에 잘 닿았구나 싶어 진안으로 슬쩍 넘어간다. 영양군청에서 일하는 이웃님이 알려준 새 마을책집 〈책방사람〉이 진안군청 곁에 있다. 가을빛에 폭 잠긴 우람나무가 군청 둘레에 있어 반갑다. 나무를 밀거나 들볶는 길이 아닌, 나무를 곁에 품는 길이라면, 이 고장이 펴는 손빛은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전주로 돌아간다. 노래꽃(동시)을 쓰는 이웃님을 만난다. 저녁에 길손집에 깃들어 《나의 프리다》를 되읽는다. 그림님 나름대로 잘 다루었구나 싶으면서 여러모로 아쉽다. 앤서니 브라운이란 이름이라면 구태여 “프리다 칼로”가 아닌 “그림 할머니”를 다루어도 즐거울 텐데. 새삼스럽지만, 바바라 쿠니 님이 빚은 《엠마》가 떠오른다. 돋보이는 길을 걸은 별님을 다루는 그림책이 나쁘지는 않되, 이 별님 빛살에 기대려는 마음을 엿본다. 가만 보면, 요즈음 쏟아지는 ‘책을 말하는 책’은 하나같이 ‘널리 알려진 책’을 다루면서 ‘돋보이는 글님 빛살에 기대려는 눈치’가 드러난다. 사랑할 책을 사랑하면 글은 저절로 샘솟는다. 알리거나 팔 글이 아닌, 사랑할 글을 쓰자고 생각하면 아름답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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