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29.


《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 글, 한겨레출판, 2020.11.23.



작은아이하고 나서는 서울길이다. 마을 어귀에서 시골버스부터 기다리는데 30분이 넘도록 안 온다. 함께 기다리는 마을 할매가 “버스가 온다요, 안 온다요?” 하고 묻는다. “긍게요. 넘 늦는디요.” 늦쟁이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전철을 갈아타서 마을책집을 들른다. 〈숨어있는 책〉하고 〈글벗서점〉을 들르고서 영천시장에 찾아가 샛밥을 누린다. 이러고서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에 살짝 머물렀다. 작은아이는 마을책집 앞길을 오르락내리락 달리면서 즐겁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땀내어 달릴 만한 길을 찾은 셈. 10월 29일 저녁 20시부터 〈광명문고〉에서 ‘책밤수다(심야책방)’를 펴기로 했다. 자리를 옮기는 길에 작은아이는 이 잿빛고을에 대고 “서울은 형광등 나라야!” 하고 외친다. “그러네. 산들보라 씨 말대로 온통 형광등이네.” “서울사람은 별을 볼 생각이 없어!” 《책 한번 써봅시다》를 읽었다. 누구나 책을 쓸 만하다는 줄거리에 번듯한 글결이다만, 마지막 쪽을 덮기까지 꽤 동떨어진 이야기 같았다. 그래, ‘번듯한 글결 = 서울빛’이로구나. 수수한 삶빛이나 투박한 살림빛은 흐르지 않는 ‘자로 잰 듯한 글’이다. 아기를 낳아 돌보며 집살림을 맡는 삶내음이란 없는 책이었구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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