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28.


《쇼리》

옥타비아 버틀러 글/박설영 옮김, 프시케의숲, 2020.7.15.


우리 집 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쓰다듬고 말을 건다. 우리 집 풀꽃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톡 훑고 곁에서 춤을 춘다. 나무가 우거지기에 보금자리가 포근하고, 풀꽃이 넘실거리니 보금자리가 따스하다. 이튿날 작은아이랑 마실할 길을 살핀다. 서울 은평에 있는 〈광명문고〉에서 ‘밤책수다(심야책방)’를 펴기로 했다. 작은아이는 “난 힘들지 않아. 옆에서 그림 그리면서 놀면 돼.” 하고 말한다. “그래, 그림을 그리다가 영화를 봐도 돼. 영화를 볼 수 있게 챙길게.” 빨래를 하고 집안일을 한다. 읍내로 가서 먹을거리도 장만해 놓는다. 지난 제주마실길에 장만한 《쇼리》를 천천히 읽는다. 글꽃(문학)은 잘 읽는데 줄거리가 꽤 탄탄하구나 싶다. 다만, 아이들한테 읽힐 만하지는 않다. 틀림없이 잘 쓴 글꽃이라고는 여기나 ‘소설’이나 ‘시’나 ‘수필(에세이·비소설)’ 같은 이름이 붙으면 하나같이 아이하고 함께 읽기 어렵더라. 한자말 ‘문학’을 우리말로 풀자면 ‘글꽃’이기는 하지만, 막상 글로 피우는 꽃이라기보다는 슬픔꽃이나 눈물꽃이나 멍울꽃인 글이 수두룩하다.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는 마음으로 글꽃을 짓기는 힘들까? 어린이한테 물려줄 만하도록 글꽃을 가꾸면 안 될까? 어른끼리만 읽는 글은 썩 내키지 않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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