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23.
《나의 바람》
톤 텔레헨 글·잉그리드 고돈 그림/정철우 옮김, 삐삐북스, 2021.10.5.
엊저녁에는 바람이 살짝 세게 불어 감자구이를 못 한 작은아이가 아침 일찍 감자구이를 하려고 모닥불을 지핀다. 우리 집에서 벤 풀이 바싹 마른 냄새하고 대나무 냄새가 섞인다. 풀은 푸르게 빛날 적에도 향긋하고, 말라서 짚이 되어도 향긋하며, 불에 태울 적에도 향긋하다. 우리 삶이란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그곳에도 나란히 빛나는 하루일까. 《나의 바람》을 천천히 읽는다. 조금씩 읽다가 며칠을 쉬고, 또 조금씩 읽는다. 온누리 모든 어린이는 다 다른 낯빛이다. 다 다른 아이로 태어나서 어른으로 자라난 사람도 다 다른 얼굴빛이다. 저마다 어떠한 삶을 누리고 싶어 이 별에 찾아온 숨결일까. 우리는 서로 어떻게 어울리면서 하루를 짓는 즐거운 숨빛일까. 밥을 먹어서 배부를 수 있지만,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를 만하다. 글을 읽어 생각을 추스르고, 글이 없어도 하루를 느끼고 바람을 읽고 햇볕을 맞아들이면서 생각을 새로 짓는다. 노래할 줄 아는 아이는 놀이를 한다. 놀이를 하는 아이는 노래할 줄 안다. 웃는 사람은 즐겁게 나누는 모든 살림을 깨닫고, 즐겁게 나누는 사람은 웃고 울면서 어우러지는 하루를 배운다. 바라는 마음에 그림 한 자락이 태어난다. 종이에 그리고, 흙바닥이랑 하늘에 그린다. 이윽고 모든 곳에 그린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