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6 체르노빌 방사능 분유·산성비



  체르노빌에서 꽝 하고 터지던 1986년을 떠올려 봅니다. 그즈음 배움터나 새뜸(언론)은 “산성비 맞으면 머리카락 빠진다”는 말을 비오는 날마다 읊었습니다. 이제 와 생각하면 “산성비 아닌 방사능비”였구나 싶어요. 산성비를 맞아서 머리카락이 빠질 일이 없어요. 방사능비였기에 머리카락이 빠집니다. 체르노빌이 터지고 푸른별(지구)에 방사능이 널리 퍼질 즈음 하늬녘(유럽) 여러 나라는 소젖(우유)이 온통 방사능으로 물들고, 이를 가루젖(분유)으로 바꾸어 우리나라에 웃돈을 얹어서 그냥 줍니다. 다른 모든 나라는 “체르노빌 방사능 가루젖”을 손사래치거나 내버리려 했는데, 우리나라만큼은 거저로 받을 뿐 아니라 웃돈까지 챙겨서 “유제품 장사”를 했습니다. 말꽃은 말밑만 파지 않습니다. 말을 쓰는 사람이 짓는 삶에 흐르는 밑자락을 살핍니다. 나라에서 숨기거나 속이는 짓을 파헤칠 말길이요, 눈가림이나 거짓을 벗길 말살림입니다. 말에 깃든 삶을 읽기에 말풀이를 차근차근 합니다. 삶을 그리는 말에 서린 속내를 읽으면서 말밑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숨겨서 푸는 일은 없습니다. 환하게 드러내어 따지고 짚고 다룰 적에 실마리를 풉니다. 누구를 탓할 말넋이 아닌, 서로 슬기를 모두어 새길을 푸르게 찾아나서려는 말빛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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