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22.


《사라지지 말아요》

 방윤희 글·그림, 자연과생태, 2021.10.20.



큰아이는 여러 날에 걸려서 섣달나무를 종이로 빚었다. 네모난 종이 앞뒤로 그림을 그리는데, 앞쪽은 별이며 꽃이 흐드러진 푸른나무요, 뒤쪽은 밤빛이나 늑대나 바닷속을 담았다. 빙글빙글 그림을 오려서 한복판에 실을 매달아서 걸면 치렁치렁하다. 흔들개비(모빌)이다. 모두 열한 사람한테 띄우는 빛(선물)을 지으셨고, 큰 글월자루에 담아 읍내 우체국으로 간다. 구백 살 느티나무 곁으로 난 냇가를 걷다가 물총새를 보고서 멈춘다. 한참 바라본다. “여기도 물총새가 있네요.” “어쩌면 물총새는 먼먼 옛날부터 이곳이 보금자리였을 테지.” 옛날하고 다르게 망가진 터전에도 찾아드는 새를 보면서 왜 굳이 ‘망가진 데’를 찾아오나 궁금하게 여겼더니 어느 날 마음속으로 ‘그곳은 우리 오랜 보금자리야’ 하는 소리가 들어왔다. 《사라지지 말아요》는 이 나라에서 곧 사라지겠구나 싶은, 또는 사라졌다고 여기는 여러 이웃 숨붙이를 글그림으로 보여준다. 책이름으로 대뜸 알 수 있듯 “사라지지 말아요”는 벌써 사라졌거나 곧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 책에 고흥 좀수수치 이야기가 나온다만, 좀수수치도 머잖아 가뭇없이 사라질 듯하다. 물방개나 게아재비가 사라져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사람들이 좀수수치를 어찌 알아보겠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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