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0.25.

숨은책 562


《增補 內鮮書簡文範》

 大山 壽 엮음

 三中堂書店

 1944.2.28.



  일본바라기(친일부역)를 하던 이들 발자취는 1945년 뒤로 감쪽같이 사라졌을까요, 감추었을까요? 알면서 모르는 척했을까요, 없는 듯이 눈가림이었을까요? ‘반민특위’가 있었으나 잘못값을 치른 이는 없다시피 합니다. 돈바치·이름바치·글바치는 저마다 요모조모 빠져나갔을 뿐 아니라, 따르는 이(추종자·제자)를 잔뜩 키워서 감싸거나 치켜세웠어요. ‘大山 壽’라는 사람이 쓰고 엮었다는 《增補 內鮮書簡文範》은 ‘내선일체 글쓰기’를 알려줍니다. 어떻게 글을 쓰거나 말을 해야 일본 우두머리를 섬기는 매무새인지 들려주고, 일본스러운 몸차림을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大山 壽’은 “국경의 밤”이란 노래를 쓴 김동환(1901∼1958)이란 사람이 고친 이름(창씨개명)이요, ‘三中堂書店’은 서재수(徐載壽)라는 사람이 1931년에 열고, 뒷날 ‘삼중당’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京城府鐘路區寬勳町一二三番地’에 있었다는 그곳에서 어떤 책을 냈는지, 또 이곳에서 1945년 뒤에 어떤 책으로 돈을 벌었는지 안 궁금해요. 다만, 글꾼 몇몇뿐 아니라, 글을 책으로 묶은 숱한 책마을 일꾼도 일본바라기를 함께했고 돈·이름·힘을 함께 누렸습니다. 이들 가운데 잘잘못을 환히 밝히거나 뉘우친 사람이 몇쯤 있었는지도 그닥 궁금하진 않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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