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0.23.
숨은책 560
《이 좋은 세상에》
김남주 글
한길사
1992.3.25.
푸른배움터 여섯 해(1988∼1993년)를 돌아보면, 길잡이(교사)는 가위를 챙기고 다니며 머리카락을 재서 잘랐습니다. 이들은 한 손에 몽둥이를 쥐고 다니며 팼습니다. 총칼로 짓밟은 일본이 다스리는 나라도 아닌데 “조선놈은 맞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배움터에서 몽둥이는 사라졌을까요? 얼핏 사라진 듯 보이지만 참말 사라졌을까요? 작대기·골프채·야구방망이는 치웠어도 셈겨룸(시험)이라는 숨은 몽둥이는 고스란합니다. 1992년에 《이 좋은 세상에》가 나왔다지만, 나온 줄 몰랐습니다. 1994년 2월에 김남주 님이 숨을 거두었다지만, 이때에도 몰랐습니다. “이 좋은 세상에”라는 이름을 붙여 노래를 부른 넋을 돌아봅니다. 1990년대에서 서른 해가 지난 2020년대는 “얼마나 좋은 나라”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홀가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나 하고 살피면 아닌 듯합니다. 누구나 꿈을 키우고 사랑을 속삭이는가 하고 헤아리면 아닌 듯합니다. ‘우주개발’을 한다며 전남 고흥 끝자락 나로섬에서 펑펑 쏘아대지만, 정작 고흥 같은 시골은 빠르게 늙고 어린이·젊은이는 빠르게 떠납니다. 제주 헌책집 〈동림당〉에서 김남주 님 손글이 깃든 책을 만났어요. 살살 쓰다듬습니다. 어린이한테 아름다운 나라로 가는 길을 그려 봅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