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55 경솔과 무례



  어느 글바치가 매우 가볍게 글을 쓰기에 그이한테 누리글월을 보냈습니다. 글이나 책에 기대지 말고 삶과 사람을 보면서 글을 쓰십사 하고 여쭈었습니다. 이 글바치는 제가 띄운 누리글월(인터넷편지)이 “경솔과 무례”라면서 “사과하라”고 하더군요. 모름지기 글이나 책에는 우리 삶이 아주 조금 깃듭니다. 하루를 살아낸 사람이 쓰는 글보다는, 글꾼이 쓰는 글이 훨씬 많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이야기를 글로 쓰는 이 가운데 스스로 “성폭력 피해자”인 분이 얼마나 될까요? 거의 다른 글(자료)·말(증언)에 기대어 쓰지요. 이 글바치도 스스로 겪거나 해본 일이 아닌 다른 글·말에 가볍게 기대에 글을 썼기에 넌지시 누리글월을 띄웠습니다만, 스스로 안 겪거나 안 치른 삶이라면 섣불리 다른 글·말에 기대어 쓰지 않을 노릇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겪거나 치른 삶을 차근차근 갈무리하면서 나누어야지요. 저는 어릴 적부터 으레 ‘노리개(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수렁을 살아내야 했다가 이를 까맣게 잊으려 했는데, 잊힐 일은 아니더군요. 그렇다고 때린이(가해자)를 미워하거나 밝힌대서 풀릴 일도 아니에요. 이러한 마음을 낱말풀이에 새롭게 담습니다. 가볍거나 방정맞지 않고, 미움도 아닌, 어진 사랑길을 뜻풀이에 얹으려 하지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