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10.19. 김남주 손글씨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망설이지만 집어듭니다. 갈팡질팡하다가 고릅니다. 안 보았다면 몰랐을 테고, 몰랐다면 장만할 일이 없습니다. 보았기에 이제 모르지 않아요. 이제 모르지 않으니 등돌리지 못해요. 김남주 님 손글씨가 깃든 노래책(시집) 《이 좋은 세상에》를 가만히 품습니다.
김남주 님 손글씨가 깃든 노래책은 갈수록 찾아보기 어렵겠지요. 어제 장만한 값이 만만하지 않다 하더라도, 앞으로 다섯 해나 열 해 뒤에는 이 돈으로 어림조차 없을 만할 뿐 아니라, 돈이 있어도 못 사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92년에 나온 노래책을 새삼스레 쓰다듬습니다. 그무렵 푸른배움터에서는 김남주 노래를 하나도 안 가르쳤고, 김남주라는 이름조차 벙긋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눈밝은 누가 김남주 노래책을 들고 배움터에 왔으면 빼앗지요. 그무렵에는 ‘소지품검사’를 툭하면 했고, 길에서는 경찰·전투경찰이 ‘불심검문’이란 이름으로 등짐을 마구 뒤졌어요. 그들은 ‘불온도서’를 찾아내어 북북 찢어버리곤 했습니다.
이제 와 생각하니, 경찰·전투경찰하고 교사가 찢어버리거나 불사른 김남주 노래책이 꽤 많겠지요. 그들뿐인가요. 싸움판(군대)에서도 김남주 노래책이 보이는 족족 찢어버리거나 불살랐을 텐데요. 책숲(도서관)에는 깃들지조차 못하던 책이요, 책집에서조차 겨우 책시렁에 둔다 싶으면 또 사복경찰이 들이닥쳐서 솎아내던 책입니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씁쓸하기만 한 묵은 노래책 하나를 살살 어루만집니다. 이 하나는 앞으로 고이 건사하자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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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