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노래 2021.10.19.

곁말 5 빛



  쟤가 주어야 하는 ‘빛’일 수 있지만, 쟤가 주기를 바라기만 하면 어느새 ‘빚’으로 바뀝니다. 내가 주어야 하는 ‘빛’이라고 하지만, 내가 주기만 하면 너는 어느덧 ‘빚’을 쌓습니다. 하염없이 내어주기에 빛인데, 마냥 받기만 할 적에는 어쩐지 ‘빚’이 돼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가없이 사랑빛을 받습니다. 아이가 받는 사랑은 빚이 아닌 빛입니다. 아이도 어버이한테 끝없이 사랑빛을 보내요. 어버이가 받는 사랑도 빚이 아닌 빛입니다. 오롯이 사랑이 흐르는 사이라면 빚이란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옹글게 사랑이 흐르기에 언제나 빛입니다. 사랑이 아닌 돈이 흐르기에 빚입니다. 사랑이란 티끌만큼도 없다 보니 그냥그냥 빚일 테지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건네는 돈은 ‘살림’이란 이름으로 스밉니다. “가엾게 여겨 내가 다 베푼다”고 하는 몸짓일 적에는 “받는 사람이 빚더미에 앉도록” 내몹니다. 똑같이 건네지만 한쪽에서는 ‘빛’이고 다른쪽에서는 ‘빚’입니다. 돌려받을 생각을 하면서 아이·동무·이웃이 빚에 허덕이기를 바라나요? 너른 품으로 포근한 사랑이 되어 아이·동무·이웃이 빛을 반기며 활짝 웃기를 바라나요? 굳이 빚쟁이가 되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어요. 저는 서로서로 웃음꽃을 피우는 빛님이 되겠습니다.


빛 : 바라보면서 밝게 느끼거나 맞이하는 기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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