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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 코끼리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18년 12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2021.10.14.
그림책시렁 785
《철사 코끼리》
고정순
만만한 책방
2018.12.20.
나하고 너는 다릅니다. 너랑 나는 달라요. 다르니까 다른 몸을 입을 뿐 아니라, 다르기에 이 몸에 다른 빛인 넋을 품습니다. 모든 목숨은 늘 하나이면서 둘입니다. 물을 떠올리면 알 만합니다만, 오늘 우리는 물하고 아주 떨어진 채 미워하기까지 합니다. 매캐하고 지저분한 푸른별을 말끔히 씻어 주려고 비가 오지만, 이 비를 ‘게릴라성’이라느니 ‘폭탄’이라느니 몰아세울 뿐 아니라, ‘산성비·방사능비’라는 이름까지 붙여요. 그렇지만 빗물이 돌고돌기에 이 푸른별은 목숨을 건사할 뿐 아니라, 모두 한몸이면서 다르게 나아가는 길인 줄 배웁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르기에 만나고, 만나고 싶기에 다른 삶을 짓습니다. 《철사 코끼리》에 나오는 아이는 쇠줄로 코끼리를 엮습니다. 쇠줄이나 살점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모두 겉모습이자 옷이에요. 넋은 쇠줄에도 옷에도 깃들 수 있습니다만, 쇠줄이나 옷 스스로는 넋이지 않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한테 삶이며 죽음이며 몸이며 넋이며 마음이며 빛이며 어둠이 무엇이라고 얼마나 차근차근 들려줄 짬을 내면서 하루를 지을까요? 우리 숨결부터 찬찬히 짚지 않고서 어린이집에 맡기고 배움터로 떠밀고 그저 배움수렁에서 살아남도록 닦달하지 않나요? 틈을 놓거나 못 보기에 껍데기를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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