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노래 2021.10.12.
곁말 2 늘꽃
구경하면 재미없습니다. 엉성하더라도 스스로 할 적에 재미있습니다. 높일 까닭도 낮출 까닭도 없습니다. 수수하게 있는 오늘이 그대로 아름답기에 서로 동무요 이웃으로 지내고, 이웃이나 동무이니 굳이 거룩하거나 이쁘장해야 하지 않아요. 아이는 아이대로 놀고, 어른은 어른대로 일합니다. 바깥일을 하느라 아침에 열한 살 작은아이하고 헤어지고서 저녁에 다시 만나는데, 아이가 “아버지 보고 싶었어요.” 하면서 저를 폭 안습니다. 아이 등을 토닥토닥하면서 “우리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으로 함께 있어.” 하고 들려줍니다. 우리는 늘 서로 그립니다. 우리는 늘 서로 생각하며 마음에 담습니다. 우리는 늘 서로 꽃이며 나무이자 숲입니다. 늘꽃이자 늘나무요 늘숲으로 어우러지면서 저마다 즐겁게 놀거나 일합니다. 글은 어떻게 쓰고 그림은 어떻게 그리며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할까요? 저는 늘 스스로 집에서 부엌일·비질·걸레질·빨래를 도맡아서 하고, 아이들이 한참 어릴 적에는 똥오줌기저귀를 갈고 삶고 씻기고 입히고 놀면서 보내다가 쪽틈에 글을 쓰고, 이 아이들이 자라나는 하루를 사진으로 담고, 아이들하고 붓을 쥐고서 그림을 그렸어요. “살림하고 사랑하는 수수한 눈빛”으로 하면 늘 빛나는 오늘을 누립니다.
늘꽃 (늘 + 꽃) : 늘 꽃으로 있는 숨결. 언제 어디에서나 곱고 밝으며 싱그럽게 피어나는 꽃 같은 숨결. 한결같이 빛나는 숨결.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