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센티미터의 일생 1 - SC Collection SC컬렉션 삼양출판사 SC컬렉션
시라카와 긴 지음, 심이슬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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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10.8.

키높이하고 다른 눈높이


《50센티미터의 일생 1》

 시라카와 긴

 심이슬 옮김

 삼양출판사

 2020.9.21.



  《50센티미터의 일생 1》(시라카와 긴/심이슬 옮김, 삼양출판사, 2020)는 고양이가 서서 걸어다니는 키높이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사람 키높이가 아닌 고양이 키높이로 삶을 바라볼 적에는 확 다를밖에 없다는 줄거리를 들려주지요.


  그런데 고양이 키높이는 50센티미터가 맞을까요? 고양이는 땅바닥에서만 살지 않아요. 나무도 지붕도 담벼락도 거뜬히 올라탑니다. 고양이가 하루를 보내는 곳은 으레 사람 키높이보다 훨씬 높아요.


  고양이가 바라보는 높이라면 50센티미터가 아닌 2∼3미터쯤으로 여겨야 어울리겠다고 생각합니다. 낮에도 슬렁슬렁 돌아다니지만 밤에도 슬렁슬렁 마실을 하는 고양이입니다. 밤에도 잠을 자지만 낮에도 잠을 자는 고양이예요. 사람 사이에 섞이기도 하나, 사람이라면 진저리를 치면서 멀리 떨어지기도 하는 고양이입니다.


  사람은 어떠 키높이일까요? 멀뚱히 서서 내려다보는 키높이가 있을 테고,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거나 무릎을 꿇고서 함께 보는 키높이가 있습니다. 자전거를 달리는 키높이가 있고, 부릉이(자동차)에 올라탄 키높이가 있어요. 높다란 잿빛집에 들어선 키높이라든지 숲으로 둘러싼 시골집에서 노래하는 키높이가 있어요.


  고양이라 해서 나란한 키높이가 아니요, 사람이기에 똑같은 키높이가 아니에요. 눈을 맞출 줄 안다면 고양이랑 사람 사이에서 사랑이 샘솟아요. 눈을 맞추지 않으면 사람 사이에서도 아무런 사랑이 안 솟습니다.


  마음으로 보려 하기에 마음을 읽을 뿐 아니라 즐겁게 만나요. 마음으로 보려는 생각을 짓지 않으니 마음조차 못 보고 삶이며 살림을 등돌려요. 오늘 이곳에서 우리는 어떤 눈빛이요 숨빛이면서 삶빛인가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ㅅㄴㄹ


“고양이야 천지에 널렸는걸. 넌 정말이지,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구나.” “아니, 4마리나 나란히 걷고 있더라니까? 귀여워라!” (21쪽)


“뭐 하는 거야?” “뭐 하냐니? 이름 지어 주고 있잖아.” “에엑? 대, 대체 왜?” “당연히 그래야 애착이 가잖아. ‘길고양이’라는 통칭이 아니라, 한 마리 한 마리 이름을 불러 주면.” (59쪽)


‘문득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다. 저렇게 끝나면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만날 일도 없다. 나도 죽으면 저렇게 된다. 끝나면, 지금 이러고 있는 내 마음도 틀림없이 …….’ (91쪽)


“그래도 우린 고양이야. 누구든 마지막에 의지하는 건 자신뿐. 결국 혼자 살고 혼지 죽지.” (157쪽)


#白川蟻ん #ゴジュッセンチの一生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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