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60 다 읽었나요



  저는 책을 좀 많이 산다고 할 만하지만, 저보다 훨씬 많이 사는 이웃을 압니다. 저는 책을 꽤 많이 읽는다고 할 텐데, 저보다 참 많이 읽는 이웃을 알아요. 2021년을 잣대로 치면 제가 거느리는 책은 5톤 짐차로 10대가 넘습니다. 이런 책을 구경하거나 둘러보다가 “이 많은 책을 다 읽었나요?” 하고 묻는 분이 있습니다. 이때에는 빙그레 웃으며 “책을 바로 다 읽으려고 사나요? 앞으로 읽으려고도 사고, 되읽으려고도 사고, 물려주려고도 사요. 똑같은 책을 여러 벌 되사기도 하는데, 제가 읽을 책이랑 아이가 읽을 책이랑 ‘아이가 낳을 아이가 읽을 책’까지 헤아려서 사기도 하지요.” 하고 대꾸합니다. “오늘은 아직 새책집에서 팔지만 머잖아 판이 끊어지겠구나 싶은 책도 미리 사요. 바로 읽을 생각은 아니고 앞으로 읽을 생각이어도, 나중에 읽으려고 찾아볼 적에는 사라질 때가 있거든요. 열 해나 스무 해, 때로는 쉰 해 뒤에 읽을 책을 미리 사기도 합니다.” 하고 보태요. 이제 저는 시골에서 살기에 미리 잔뜩 사 놓기도 합니다. 시골엔 책집이 없으니 큰고장 책집으로 마실을 와서 잔뜩 산 다음, 시골집에서 조용히 머물며 차근차근 읽는답니다. “다 읽었나요?”가 아닌 “책을 읽으며 얼마나 즐겁나요?”를 물으면 좋겠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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