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29.


《약국 안 책방》

 박훌륭 글, 인디고, 2021.9.1.



어제 고흥읍에 닿아 집으로 택시를 타고 돌아올 적에는 읍내 셈틀집에 들를 생각을 못 했다. 오늘에서야 다시 읍내로 가서 먹물통(프린터 토너)을 장만한다. 2007년부터 쓰는 찍음이(인쇄기)는 오늘까지 잘 돌아간다. 먹물통을 새로찾기가 어렵고 오래 걸릴 뿐이다. 비가 쏟아진다. 비를 맞으며 읍내를 걷는다. 저자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마음읽기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시골에서조차 여름비이건 가을비이건 맨몸으로 맞아들이는 이웃이 드물다. 서울이라면 더더욱 드물까. 《약국 안 책방》을 다 읽고 느낌글을 쓰는데 여러모로 허전하다. 글님이 너무 어깨힘을 넣었지 싶다. 어깨힘도 글힘도 아닌, 즐겁게 돌봄물집(약국)을 꾸리면서 책자락을 맞이하는 수수한 나날을 꾸밈없이 그리면 넉넉할 텐데, 자꾸 어깨힘이 들어가는 길로 접어든다고 느꼈다. 요즈음 나오는 적잖은 책도 어깨힘이나 글힘이 지나치다. 즐겁게 하루를 노래하는 삶을 수수하게 그리는 글은 으레 파묻힌다. 아니, 수수하게 스스로 사랑하는 노래를 펴내는 곳이 확 줄었지 싶다. 글은 꾸며야 할까? 글은 잘나야 할까? 글은 이름값을 얻어야 할까? 쉰 해 뒤에 태어나 살아갈 아이들이 읽을 글을 생각하면 좋겠다. 이백 해 뒤 아이들한테 물려줄 오늘살림을 보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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