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1.9.30.

책하루, 책과 사귀다 59 북돋운다



  열린배움터(대학교)를 그만두고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는 새파란 사내가 일삯을 푼푼이 모아 그림책을 사읽으니 둘레에서 “미쳤다”는 말을 가장 자주 들려주었습니다. “아이도 없는 주제에”, “아이는커녕 짝도 없는 놈이”, “애들이나 읽는 유치한 책을” 왜 읽느냐고 핀잔이나 손가락질이었습니다. 책집에서는 젊은 사내가 그림책을 읽을 적에 따갑게 노려보는 아줌마가 많았습니다. 그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림책돌이’를 흉보거나 깎아내리거나 핀잔했는지는 안 궁금합니다. 저는 아름다운 그림책을 손에 쥐고서 눈물을 적시다가 웃으면 될 뿐입니다. 책값을 치를 적조차 “허허, 애도 없는 젊은이가 왜 사시나? 조카한테 주려고? 조카가 없다고? 거 참 이상하네. 허허.” 하는 말을 들었어요. 아이 없이 홀로 그림책을 읽은 열 해 뒤에 하늘빛 같은 큰아이가 찾아왔고, 그동안 누린 그림책을 아이하고 새로 읽었습니다. 이윽고 멧숲 같은 작은아이가 찾아와 ‘아버지하고 다른 눈길로 다른 그림책을 찾는 손길’을 느껴요. ‘혼눈길’이 ‘두눈길·석눈길’이 되면서 책·삶·살림을 바라보는 생각을 새삼스레 추스릅니다. 아름책이든 ‘안 아름책’이든, 모든 책은 우리가 스스로 꽃답게 피어나도록 눈길을 북돋우지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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