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9.28.

숨은책 558


《朝鮮文字及語學史》

 김윤경 글

 진학출판협회

 1938.1.25.첫./1946.9.30.석벌



  오늘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한글’이란 이름을 쓰지만, 우리 글씨가 처음 태어난 뒤 오래도록 누구나 못 쓰는 갇히거나 닫힌 글씨였습니다. 누구나 붓종이를 다루거나 만질 수 없을 뿐 아니라, 위아래로 틀을 가르던 지난날이거든요. 비로소 ‘한글’이란 이름을 지은 어른이 나타났으나 ‘조선어학회’라는 이름처럼 모두 한자로 짤 뿐이었어요. ‘한글모임’이나 ‘한글배움터’나 ‘한글나눔집’이 아니던 터라 조선어학회 일로 땀흘린 분이 일군 책은 《朝鮮文字及語學史》입니다. 틀림없이 빛나는 열매인 “우리글 발자취”이지만 우리글로 이야기를 못 펴고 순 한자로 이야기를 펴고 맙니다. 1938년에 첫벌을 낼 적에도, 1946년에 석벌을 새로 낼 적에도 이 틀을 스스로 못 깹니다. “한글 발자취”나 “한말글 발자취”처럼 수수하고 쉽게 이름을 짓는 눈빛이라면, 책이름뿐 아니라 몸글을 한글만 깨치면 누구나 읽고 새기도록 엮었으리라 생각해요. 우리한테 우리말이 있다면, 곁에 어깨동무할 우리글을 나란히 아끼고 가다듬으면서 새롭게 피어나도록 애쓸 적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아직 굴레를 스스로 못 깬 옛어른을 나무랄 수는 없되,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 새롭게 눈뜨고 마음을 열며 글빛을 여밀 노릇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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