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9.24. 부천에서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바깥일을 보러 마실하는 길에 작은아이가 함께합니다. 아버지하고 다니자면 참으로 오래 자주 걷고, 시골길이 아닌 서울길(도시 도로)을 하루 내내 가로질러야 합니다만, 씩씩하게 걷고 놉니다. 낮은 낮대로 하늘이 막혀 구름을 올려다볼 틈이 없는 큰고장입니다. 하늘이 파랗게 트여도 하늘이 아닌 길을 살핍니다. 조금만 하늘이나 나무나 풀꽃을 들여다볼라치면 “어라. 이 길이 아니네.” 하면서 헤맵니다.


  낮에 길손집을 미리 알아보고 저녁에 간다고 했는데, 저녁에 값을 치르려니 5000원을 더 받습니다. 바가지란 이런 모습이로군요. 저잣길에서 장사하는 어느 분은 슬쩍 500원을 퉁쳐서 더 받습니다. 비닐자루를 안 받고 천바구니를 챙길 뿐 아니라 손으로 들면 된다고 하니 미친놈 다 있다면서 혀를 차는 장사꾼이 있습니다. 손님을 임금(왕)으로 섬길 일은 없으나 손님을 고까이 내려다보는 가게일꾼을 보면서, 이이 탓에 이 가게를 꾸리는 지기는 꽤나 뒷말을 듣겠다고 느낍니다. 가게지기는 자리를 비울 적에 가게일꾼이 손님을 어찌 마주하는가를 모를밖에 없으니까요. 큰짐을 이고 지며 아이를 이끌고 버스에 전철을 타고내리는데, 밀치고 끼어들며 새치기를 한다든지, 비켜야 할 쪽에서 안 비키고 밀어붙이는 일을 하루에 여럿 만납니다.


  그저 웃으면서 지나가고, 작은아이한테 차근차근 말합니다. 이런 일을 마주하는 까닭이 있고, 우리가 들려줄 말이 있으며, 우리 생각을 어찌저찌 다스릴 적에 스스로 즐거운가 하고 이야기합니다.


  인천 부평에 깃든 〈북극서점〉으로 노래꽃판(동시판)을 챙겨 갑니다. 열여덟을 시골집에서 미리 썼고, 둘은 책집으로 가는 시외버스에서 썼습니다. 시골집에서 다 쓰려고 하다가 꼭 오늘 마실길에 새로 피어날 이야기를 적으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길손집에서 작은아이하고 빛그림(영화) 하나를 보고 잠들며 마음을 다스립니다. 사람이 지나치게 북적이는 탓에 우리 스스로 옆에 사람이 있는 줄 잊고, 제 목숨 건사하느라 바쁠 만하겠구나 싶어요. 요새는 시골에서도 제 밥그릇 챙기느라 바쁜 분을 곳곳에서 부딪힙니다.


  이런저런 자리에서 고요히 생각합니다. “이 숱한 사람들은 나더러 제발 짜증을 내고 성내라고 부추기려나 보네. 그렇지만 짜증이 아닌 사랑을 보낼 생각이고, 성내지 않고 빙그레 웃을 생각인걸.” 고약한 이웃을 마주칠 적에 이이 얼굴이 아닌 곁에 있는 조그마한 가을풀꽃이나 커다란 가을나무를 바라봅니다. 제 눈길은 늘 풀꽃나무한테 놓으려고, 아이 손을 잡고서 숲을 그리려고 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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