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16.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김헌수 글, 모악, 2020.9.27.



큰아이하고 가랑비를 맞으며 읍내로 간다. “우산 챙길까요?” “아니, 챙기지 말자.” 그러나 아무래도 큰아이가 걱정을 못 놓겠다고 느낀다. 접이슈륩(접이우산)을 둘 내 등짐에 챙긴다. 마을 앞에서 시골버스를 타다가 생각한다. ‘큰아이는 비가 오면 젖을까 걱정’을 한다면, 나는 ‘큰아이가 걱정하는 일은 걱정거리가 아니지만, 큰아이가 걱정하는 마음을 걱정했구나’ 싶다. 알고 보면 둘 다 걱정꾼인 셈. 큰고장에서 산다면 다를 텐데, 참 다를 텐데, 시골에서 살기에 슈룹을 쓸 일이 없다시피 하다. 집에서야 그냥 맨몸으로 비놀이를 한다. 비를 쫄딱 맞으면서 다니는 나를 보며 “우산 없나?” “우산 살 돈이 없나?” 하고 걱정하는 이웃님이 있다. “해가 나면 해가 좋고, 비가 오면 비가 좋을 뿐입니다.” 해도 자꾸 우산을 쥐어 주시려고 한다.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를 읽었다. 읽으면서 한참 생각했다. 내가 읽은 노래책(시집) 가운데 아이들더러 읽으라고 건넬 만한 노래책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고. 왜 이렇게 비비 꼬려고 할까? 왜 이렇게 멋을 부리려고 할까? 왜 이렇게 스스로 사랑하지 않을까? 시골버스에서 혼잣말을 하다가 큰아이한테 속삭인다. “짐순이가 되어 주어서 고마워.” “아버지도 고마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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