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9.20.
오늘말. 풀다
아이들한테 내주려고 감을 썰다가 한 조각을 우물우물하는데 그만 감씨를 삼킵니다. 아차 싶지만 벌써 들어갔어요. 감씨는 몸을 돌고돌아 똥으로 내놓올 텐데 조금 고단할는지 몰라도 아찔하지는 않아요. 아이들이 훨씬 어릴 적에는 감씨를 하나하나 발라서 내주었다고 떠오릅니다. 가을에 감을 들어 보라며 밥자리에 감그릇을 놓습니다. 아이한테 “감씨를 삼켰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살짝 웃습니다. 하루살림을 돌아보며 몇 가지를 적고, 오늘 쓸 글거리를 살핍니다. 이야기를 펴면서 이웃한테 보여주고 아이들한테 풀어놓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를 모아 책모임에서 나누기도 하고, 책벗한테 슬쩍 부치기도 합니다. 온누리가 아름답다면 배움불굿은 없을 테고, 배움수렁이란 우리가 스스로 사랑누리보다 죽음누리를 생각하면서 태어나리라 느껴요. 서로 아끼거나 돕는 터전이 아닌,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들볶기에 태어나는 끔찍나라인 배움앓이일 테지요. 벅찬 살아남기보다 즐거이 살아남기로 간다면, 낭떠러지 같은 무시무시한 불가싯길 말고 꽃누리를 생각한다면, 이제는 달라지리라 봐요. 마음을 고이 풀기에 꿈길을 환하게 펼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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