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드로잉 내가 좋아하는 것들 4
황수연 지음 / 스토리닷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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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9.18.

인문책시렁 207


《내가 좋아하는 것들, 드로잉》

 황수연

 스토리닷

 2021.5.9.



  《내가 좋아하는 것들, 드로잉》(황수연, 스토리닷, 2021)을 읽으면, 글님이 어릴 적부터 그림을 퍽 좋아하고 즐겼지만, 둘레 어른들은 ‘좋아하고 즐기는 그림’이 아닌 ‘멋지거나 잘나 보이는 그림’이라는 틀에 가두려 한 자취를 엿볼 만합니다. 아마 적잖은 이웃님은 이러한 일을 겪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즈음에는 살짝 나아진 듯하지만, 아직 어린이 붓놀림을 ‘붓놀이’로 바라보지 않는 어른이 수두룩합니다. 더구나 어린이는 여덟 살에 이르는 배움터에 들어가고, 여덟 살에 앞서 어린이집에 여러 해를 다니는데, 이동안 아이가 하루 내내 붓놀이를 해도 넉넉하도록 지켜보거나 함께 즐기는 어른은 몇이나 될까요?


  어린이는 하루를 조각조각 끊어서 ‘그림 한 시간, 영어 한 시간, 글 한 시간, 책 한 시간, 밥 한 시간, 낮잠 한 시간, 놀이 한 시간 ……’처럼 안 삽니다. 어린이는 스스로 누리고 싶은 대로 스물네 시간을 꽉 채웁니다.


  우리 어른은 하루를 어떻게 그리면서 채우나요? 하기 싫지만 돈을 벌려고 억지로 참지는 않나요? 그야말로 하기에 싫으나 마침종이(졸업장)나 솜씨종이(자격증)를 거머쥐려고 마음을 꾹 누르거나 닫지는 않나요?


  언제 어디에서나 붓을 쥐기에 그림입니다. 언제 어디에서 눈을 뜨며 바라보기에 그림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이 흐르기에 그림입니다.


  붓으로도 그리고, 눈길이 닿는 대로 그리며, 손가락뿐 아니라 나뭇가지나 온몸으로도 그리고, 마음이 가는 모든 자리를 그림으로 빛내는 삶입니다.


  남한테 보여주려고 그릴 일이란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마음으로 우러나와 그렸기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척 내밀면서 ‘즐겁게 우러나와 빚은 그림에 흐르는 사랑’이란 기운을 나누어 받으라고 할 뿐입니다.


  그림을 좋아하시나요? 그러면 붓을 쥐셔요. 그림을 사랑하고 싶나요? 그러면 붓을 놓으셔요. 붓을 쥐면서 손길 가는 대로 종이로 옮기기에 그림입니다. 붓을 내려놓고서 온마음을 바람빛으로 물들이기에 그림입니다.


ㅅㄴㄹ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좋아했지만 내가 직접 그리는 것엔 그다지 뜻을 두지 않았다.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10쪽)


옆 반 선생님이 지나가다 한 마디 툭 던지셨다. “두 시간 동안 그린 게 이거야?” (13쪽)


애초에 ‘잘’ 그린 그림이라는 게 뭔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실패한 그림’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따져 봐야 한다. 다른 누군가 인정해 주지 않으면 실패한 것일까? (16쪽)


우리가 고호와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서로 다르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지만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로든 취미로든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찾고 그것을 다지며 사라가는 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46∼47쪽)


사실적인 표현을 추구하는 작가들도 많지만 나는 그림이 더 그림다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고민이 되었다. (90쪽)


낙서처럼 가벼웠다가 사실적인 묘사로 묵직했다가 갈팡질팡 나도 나를 알 수 없었다. 뭘 그리고 싶은지 내가 추구하는 그림 스타일은 대체 뭔지 고민을 해도 답은 없다. 좋아하는 게 많아 그런 건지 혹은 나 자신의 취향을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것인지.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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