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14.


《위국일기 4》

 야마시타 토모코 글·그림/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1.1.15.



8월이 저물고 9월로 접어들면서 해를 보는 날이 적다. 구름이 아주 넘실거린다. 이렇게 듣다가 멎는 비는 함박스럽기도 하지만 가늘기도 하다. 가볍게 살랑이는 바람과 비를 돌아본다. 빗물에 손낯을 씻는다. 비가 퍼부으면 온몸을 씻지. 머리카락을 빗질하듯 몸을 빗물질 한다. ‘빗물질’. 그렇다. 새말을 짓는다. ‘빗물싯이 = 빗물질’이네. 물에서 놀하거나 일하며 물질이듯, 빗물로 몸을 다스리고 마음을 달래면 ‘빗물질’이다. 《위국일기 4》을 읽었다. 어린이하고 보기에는 좀 어려우나, 푸름이하고는 읽을 수 있으려나. 그러나 스무 살까지는 굳이 안 보이고 싶다. 틀어막고, 부여잡고, 억누르고, 조이면서, 스스로 괴롭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잔뜩 나온다. 그렇다고 줄거리를 얄궂게 짜지는 않았다. 온통 스스로 마음을 누리는 길에 선 사람들이 나올 뿐이다. 곰곰이 보면 ‘아침 연속극·숱한 소설’이 이 같은 줄거리일 테니, 소설이나 연속극을 즐기는 이웃이라면 이 그림꽃책이 재미있겠다고 본다. 책을 덮고 빗소리를 듣는다. 책을 읽으면 빗소리를 못 듣는다. 부엌일을 하고 다리를 쉰다. 아이들하고 하루쓰기를 하고 어둑살을 바라본다. 이제 하루가 저문다. 잠자리에 들 즈음 꿈그림을 다시 바라보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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