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12.
《키오스크》
아네테 멜레세 글·그림/김서정 옮김, 미래아이, 2021.6.30.
곧 한가위가 다가오는구나 싶다. 설이나 한가위라면 우리 집은 어디에도 안 가고 조용히 지낸다. 어디를 간다면 설이나 한가위가 아닌 여느때에 간다. 아이들을 이끌고, 또 아이들 옷가지나 살림까지 짊어지고서, 버스나 기차나 전철을 갈아타면서 움직이자면 설이나 한가위에는 거의 죽음길이다. 안 다녀 본 사람은 하나도 모르리라. 그렇다. “안 해본 사람, 안 겪은 사람”은 모른다. 가난한 적이 없던 이는 가난을 모르고, 가멸찬 적이 없는 사람은 가멸참을 모른다. 풀꽃하고 속삭인 적이 없으면 풀꽃이 말을 하는 줄 모를 테고, 바람을 타고 논 적이 없으면 바람놀이를 못 알아보겠지. 《키오스크》를 펴면, ‘키오스크’도 똑같이 집이기에 이 집에 고이 머물면서 살아가고플 만하다. 굳이 집을 떠나거나 버릴 까닭이 없다. 그리고 애써 집에만 머물러야 하지도 않다. 느긋이 눕고 쉬고 일하는 데도 집일 테지만, 이 푸른별이 통째로 우리 집일 만하고, 너른 별누리가 모조리 우리 집이기도 하다. 이 끝에서 저 끝을 쉬잖고 오가야 하지는 않지. 가고픈 데가 있으면 가고, 머물고 싶으면 머물면서 하루를 노래하면 즐겁다. 저녁바람을 쐰다. 저녁별을 본다. 저녁구름을 헤아린다. 저녁마다 찾아드는 풀벌레 노래잔치를 누린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