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11.
《쳇, 고양이 따위가 뭐라고! 1》
스기사쿠 글·그림/백수정 옮김, 지식의숲, 2013.6.30.
다시 셋이서 골짜기를 다녀온다. 골짜기에 물은 적으나 느긋이 오래 걸었다. 걸으면서 느긋이 하늘을 바라보고 들빛을 마주하며 숲냄새를 품는다. 모든 마을을 숲과 골짜기가 둘러싸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모든 터전에 숲과 골짜기가 가까우면 얼마나 즐거울까. 저녁에는 자전거도 탄다. 이러고서 폭 곯아떨어진다. 《쳇, 고양이 따위가 뭐라고! 1》를 뒤늦게 읽었다. 이런 책이 있는 줄 여태 몰랐다. 《묘한 고양이 쿠로》를 그린 분 뒷삶을 새록새록 읽는다. 처음부터 그림꽃(만하)을 그릴 생각이 없었고, 형 곁에서 도움이 노릇을 하며 그냥그냥 하느작하느작 살다가 하루아침에 먹을거리도 일거리도 없어 쫄쫄 굶던 무렵, 형이 “네가 만화를 그려 보면 어때?” 하는 말에 비로소 붓을 쥐었다고 한다. 얼결에 넘겨받은 길고양이 둘하고 살다가, 하도 먹을거리가 없어서 고양이한테 주던 먹이를 조금씩 나누어 먹으며 끼니를 잇다가, 길고양이 둘 가운데 수컷이 먼저 죽고 나서, 문득 이 길고양이 이야기라도 그려 보고서 죽든지 살든지 하자고 다짐했는데, 길고양이를 그린 그림꽃이 널리 사랑받았다지. 고양이를 들려주는 이야기책 가운데 몇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애틋하면서 따사롭구나 싶은 줄거리가 흐른다고 느낀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