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9.14.
숨은책 554
《自習用 全科辭典 the Children's Encyclopaedia and Dictionary》
편집부 엮음
大阪每日新聞社
1925.10.30.
1925년에 우리나라에서는 《진달래꽃》이 나오고, 일본에서는 《自習用 全科辭典 the Children's Encyclopaedia and Dictionary》라는 두툼한 책이 나옵니다. 한자로는 “自習用 全科辭典”이요, 영어로는 “the Children's Encyclopaedia and Dictionary”입니다. ‘백과사전+영어사전’ 노릇을 한꺼번에 하는 이 꾸러미는 앞뒤에 알림그림(광고)을 많이 싣습니다. 엮고 펴내느라 큰돈이 들었겠지요. 오사카(大阪)에 있는 신문사는 누구보다 ‘오사카 어린이’를 헤아렸습니다. 오사카는 한겨레가 꽤 많이 사는 고장입니다. 사슬에 갇힌 나라를 업고 태어난 아이들은 제 말글보다 일본말을 으레 쓰고 펴야 했는데, 그때 이 꾸러미를 목돈을 치른 어버이한테서 받은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나라를 잃은 어른’ 가운데 방정환 님은 1923년에 《어린이》란 책을 펴냈고, 1922년부터 ‘어린이날’을 기리려는 자리를 열었습니다. 아직 모자라고 엉성하지만 조그마한 책으로 어린이를 살핀 손길이 있어요. 우리로서는 이무렵에 우리말꽃(국어사전)조차 변변하게 없었기에 ‘어린이한테 이바지할 백과사전’은 엄두도 못 낼 만했습니다. 어린이를 헤아리지 않는 나라이기에 무너지지 싶어요. 어린이를 잊은 나라는 머잖아 사라지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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