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49 척척척



  글이 척척척 나온다면 생각을 숨기지 않고 척척척 드러낸다는 뜻입니다. 글이 꽉꽉꽉 막히거나 멈춘다면 생각을 숨기려 하거나 창피해 한다는 뜻이고요. 생각이 술술 흐른다면 삶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사랑한다는 뜻이지요. 생각이 마르거나 샘솟지 않는다면 삶을 좋거나 나쁘다고 가르면서 좀처럼 못 받아들이고 안 사랑한다는 뜻이지 싶어요. 글을 쓰기란 매우 쉽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오늘 하루가 좋았다거나 나빴다고 가르지 않으면서 스스럼없이 풀어내면 됩니다. 창피하다거나 부끄럽다고 여기는 느낌을 하얗게 씻어내고서 우리가 짓고픈 꿈을 즐겁게 그리면 됩니다. ‘글’은 ‘그림’이기도 합니다. 생각을 눈으로 읽을 수 있도록 그렸기에 글이에요. 생각을 누구나 눈으로 읽도록 즐겁게 그리기에 글이란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낱말책을 쓰자면 척척척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생각을 감추지도 숨기지도 덧씌우지도 꾸미지도 말아야지요. 술술 흐르는 생각을 차분히 가다듬어서 한 올씩 엮기에 낱말책입니다. 여느 글책도 모두 매한가지라서, 우리가 짓고 누리며 나누는 삶을 그저 즐겁게 마주하기에 써냅니다. 도마질할 적에 망설이나요? 쌀을 씻으며 머뭇거리나요? 척척척 밥을 짓고 바느질을 하고 빨래를 하고 아이를 사랑할 뿐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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