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6.


《와그르르 와그르르》

 네지메 쇼이치 글·고마쓰 신야 그림/고향옥 옮김, 달리, 2019.5.6.



우체국에 가는 길은 둘. 하나는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로. 둘은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면소재지 우체국은 한결 시골스럽고 조용하다. 읍내 우체국은 호들갑에 시끄럽다. 생각해 보면 지난 이태 사이에 벌어지는 온갖 일은 호들갑이다. 호들갑판을 편 벼슬꾼 가운데 ‘잘못했습니다’ 하고 고개숙이는 이는 아직 아무도 없다. 사람들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발에 사슬을 채우는 짓만 끝없이 잇는다. 새는 왼날개하고 오른날개가 있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날개를 왼오른으로 가를 까닭이 없다. 그냥 날개가 있어야 할 뿐이다. 걸을 적에 왼발 오른발을 가를 일이 없다. 그저 걸을 뿐이다. 《와그르르 와그르르》를 읽으며 이닦기를 이렇게 그려 볼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모든 몸짓은 새로 마주하는 길이고, 모든 하루는 새로 배우는 빛일 테니까. 뭔가 아쉽고 허전한 대목이 있기는 한데, ‘놀이스러움’을 조금 더 담으면 어울릴 텐데 싶다. 우리 책숲에 빗물이 새는 곳이 둘쯤 늘었다. 빗물을 받아 놓으면 작은아이가 신나게 골마루를 밀걸레로 닦아 준다. 구월바람이 새롭다. 엊그제 골짜기에서 칡꽃을 보았으니, 보름쯤 뒤에는 칡씨를 구경할 수 있을까. 풀벌레 노랫소리를 곁에 둔다. 사랑스러운 풀벌레여, 언제나 아름답구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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