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3.
《묘한 고양이 쿠로 1》
스기사쿠 글·그림/정기영 옮김, 시공사, 2003.6.25.
새삼스레 골짝물을 누리면서 물빛·물살·물결을 돌아본다. 바다이든 냇물이든 골짜기이든 물밭에 온몸을 폭 담그면 ‘물방울 수다’가 밀려든다. 물방울은 이 푸른별을 휘휘 돌면서 보고 느끼고 겪고 만난 일을 아주 빠르게 들려준다. 물밖으로 나오면 ‘물방울 수다’가 아닌 ‘물살 수다’를 듣는다. 우리는 누구나 예부터 물빛과 물살과 물결을 맞아들이며 마음빛과 살갗과 숨결을 가다듬었을 텐데, 꼭짓물(수돗물)로 바뀌면서 스스로 빛과 살과 결을 잃지 싶다. 《묘한 고양이 쿠로 1》를 모처럼 되읽었다. 인천에 있는 이웃님 마을책집에 ‘고양이 그림꽃책(만화책)’을 슬며시 띄우려고 하면서 다시 읽어 본다. 아직 고양이 그림꽃책뿐 아니라 고양이 이야기책이 몇 없던 무렵 나온, 손꼽히는 ‘고양이 책’이다. 사람 눈높이가 아닌 고양이 눈높이로 이야기를 풀어내지. 2003년부터 2021년 사이에 나온 고양이 책을 엄청나게 읽은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도둑고양이 연구》하고 《묘한 고양이 쿠로》 두 가지는 고양이 눈빛을 찬찬히 담아낸 아름책이라고 여긴다. 언젠가 맞춤한 펴냄터를 만나서 새옷을 입고 나올 날이 있겠지. 귀염귀염으로만 쓰담쓰담하는 고양이 책이 아닌, 사람 곁에 있는 이웃으로 마주하는 책이 반갑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