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9.9.

숨은책 550


《藝能民俗圖誌》

 本山桂川 글

 崇文堂

 1950.3.20.



  책에서 책으로 발길을 이으면서 손길을 추슬렀습니다.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는 걸음이니 우리 이야기를 다룬 책을 샅샅이 읽으려 하면서도, 이웃 이야기가 흐르는 책도 찬찬히 읽으려 했습니다. 오늘을 이루는 숱한 살림은 우리 손으로 지었다기보다 일본이 총칼로 억누르던 때에 퍼져서 자리잡았습니다. 이 뿌리를 캐려고 일본책을 자꾸자꾸 들춥니다. 《藝能民俗圖誌》는 일본에서 수수하게 흐르던 시골살림을 들려줍니다. 우리 시골살림도 아닌 일본 시골살림이지만, 뭔가 귀띔할 이야기가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 묵은 책에는 쪽종이가 앞뒤로 하나씩 붙어요. 뒤쪽에는 “學生書房, 學生參考書·山岳書 賣買. 新潟市 西堀通六”이 붙습니다. “니이가타시 주오구”에 있던(또는 아직 있는) 〈學生書房〉에서 팔았다는 뜻입니다. 앞쪽에는 “ISSEIDO, 東京 神田”라는 쪽종이가 붙어요. 한자 ‘一誠堂’으로 적는 ‘잇세이도’는 1903년부터 연 헌책집입니다. 이 ‘잇세이도’에서 일하고 나서 책집을 차린 이가 제법 있고, 글꾼으로 일하는 이도 퍽 있습니다. 책집 한 곳이 새롭게 책집으로 잇는 징검돌이 될 뿐 아니라, 새책을 짓는 일꾼으로 가는 다리 노릇을 합니다. 우리나라 마을책집도 100해 200해를 거뜬히 잇기를 바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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