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9.8.
오늘말. 잔놈
어릴 적부터 밥자리에서 ‘깨작거린다’고 꾸중을 들었습니다. 제대로 하지 못하기에 깨작질로 여길 텐데, 예전 어른들은 아이가 몸에 안 받는 밥이 있다고 여기기 힘들었네 싶어요. 온갖 곁밥을 차려도 젓가락질이 보잘것없는 아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앞에서 억지로 먹어도 뒤에서 다 게워야 하니 밥이란 참 고달팠어요. 날마다 꾸중을 듣고 꿀밤을 먹는 아이는 스스로 초라하거나 하찮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조무래기에 잔놈이라고 깎기 쉬워요. 그러나 갖은 꾸중을 떨쳐내고서 들풀 한 포기로 살아가는 길을 그릴 수 있습니다. 가지가지 꾸중밭을 지나는 길에 오직 들꽃 한 송이를 마음에 품고서 수수하게 하루를 살아낼 수 있습니다. 이 일도 못 하고 저 심부름도 못 한다면 어쩐지 너저분한 부스러기 같을 텐데, 작고 작아 굴러다니는 여느 조약돌은 문득 손날을 세웁니다. 손으로 바람을 가르며 걷습니다. 손칼로 구름을 석석 벱니다. 쓸데없는 짓 같은 놀이를 합니다. 뒤쪽이건 뒷자리이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안쪽이 아닌 들에 서서 해바람비하고 놀면서 자랍니다. 남들이 허름하다고 바라보든 말든 스스로 풀꽃이 되어 천천히 느긋이 피어날 꿈을 그립니다.
ㅅㄴㄹ
가지가지·갖가지·갖은·온갖·깨작거리다·너저분하다·너절하다·보잘것없다·초라하다·하찮다·더럽다·더럼짓·쓸데없다·지저분하다·추레하다·허름하다·후줄근하다·뒤·뒤쪽·뒤켠·뒷자락·뒷자리·부스러기·쓰레기·자잘하다·잘다·작다·찌꺼기·티·티끌·잔놈·잔챙이·조무래기·졸따구·좁다·호로놈·섞다·뒤섞다·이것저것·들·들개·들꽃·들풀·풀·풀꽃·수수하다·털털하다·여느·이웃·우리·길·막것·막놈·막되다·막돼먹다·망나니·망나니짓·몹쓸·못되다·못돼먹다 ← 잡스럽다, 잡놈(雜-), 잡배(雜輩), 잡물(雜物), 잡다(雜多), 잡동사니(雜同散異)
손칼·손날·손 ← 수도(手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