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31.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글/홍한별 옮김, 문학동네, 2021.6.4.



아침에 두꺼비를 만난다. 엉금엉금 걷다가 쉰다. 골골골하다가 다시 어기적어기적 걷는다. 또 쉬고 또 걷고 또 쉬고 또 걷는다. 두꺼비는 “왜 쳐다보니?” 하고 묻는다. “응, 그냥 볼 뿐이야. 네 갈 곳으로 가.” 새삼스레 골짜기로 나들이를 한다. 바야흐로 시골은 오롯이 시골사람 품으로 돌아온다. 마실손님이 싹 사라진 이즈음은 고즈넉하면서 포근하다. 밤바람이 싱그럽다. 이 바람이 묻어나는 풀벌레노래는 늘 잔치판이다. 그러나 이제 시골 할매 할배는 풀노래를 안 듣고 보임틀(텔레비전)을 밤새 환하게 켠다. 큰고장도 매한가지일 테지. 가을 어귀에 모든 보임틀이나 셈틀을 끄고서 눈을 가만히 감고서 풀노래에 귀를 기울여야 온누리 숨빛을 읽을 텐데.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는 아버지한테 바치는 딸아이 글월이라 할 만하다. 별누리를 헤아리던 아버지 마음을 새삼스레 느끼고 싶은 딸아이 마음을 글로 옮겼구나 싶은데, 글님이 너무 서두른다. 별은 서둘러서는 못 보는데? 별은 느긋해야 보는데? 별소리도 느긋이 조용히 귀를 기울여야 듣는데? 철마다 다른 숲소리를 맞아들이고서 다시 붓을 쥔다면, 글님은 이 책하고 아주 다르면서 차분히 빛나는 이야기를 여밀 만하리라 본다. 매우 설익은 채 나와서 아쉽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