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9.4.

숨은책 536


《북한기행》

 피터 현 글

 금성철·박윤희 옮김

 한진출판사

 1980.8.5.



  북녘을 홀가분히 돌아다니고서 이야기를 남긴 사람은 아직 없다시피 합니다. 평양 한복판이나 시골 귀퉁이에서 수수하게 살림을 꾸리고서 이야기를 남긴 사람도 없다시피 합니다. 북녘 이야기는 두 갈래입니다. 첫째, 남녘 우두머리·벼슬아치·힘꾼·이름꾼·돈꾼이 북녘에 가서 심부름꾼 뒤를 졸졸 따르면서 “김일성 치켜세우기”를 듣고 난 이야기가 하나예요. 둘째, 북녘에서 몰래 달아난 사람이 남녘으로 와서 털어놓은 이야기가 둘입니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나 홀가분하게 누비고 돌아보고 느낀 대로 말하는 길을 트지 않는다면 총칼로 억누른 사슬터입니다. 북녘은 여태 사슬터로 흘러왔다면, 남녘은 얼마나 날개를 펴려나요? 《북한기행》을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1980.12.15. 122569호, 서울특별시립종로도서관’ 이름이 꾹 찍힌 책으로, 빌린이는 없더군요. 빌린이가 없어서 치운 듯해요. 피터 현(1927∼2019) 님은 ‘CBS 기자’로서 평양·함흥을 찾아가서 ‘벤츠 창 틈’으로 겨우 북녘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내내 심부름꾼(수행원)하고 다투었더군요.


“우리한텐 질문을 하거나 결정을 재고해 달라는 권한이 없어요.” “인민의 민주공화국에서 인민들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수 없단 말입니까?” 나는 다그쳤다.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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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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